책읽기를게임같이
그냥 저 구름처럼-1 본문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늘, 평범한 도로,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다. 운동능력도 0인데다 몸도 마른 몸이어서 늘 놀림 받는 것이 일상이었다. 성적은 조금 잘나오기는 하지만.. 물론 우리 가족도 평범하다. 아빠가 매우 엄격한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엄마는 그냥 회사원이다.
구름이 한없이 여유롭게 흘러가는 것을 보면 나도 그냥 저 상태로 쭉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 조금 늦더라도.. 오늘 해야 할 숙제를 다하지 못했다고 해도 난 그냥 저 상태로 쭉 가만히 있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가야하고 학원이 끝난다고 해도 학교 숙제를 마저 해야 한다.
그냥 한 마디로 여유가 없다.
토요일에도 ‘아.....뭐하지?’라는 생각에 잠겨 오전 내도록 방에서 게임이나 하다가. 오후에는 학원 때문에 잠시 나갔다가 돌아오는게 일상이다. 그냥.. 학교를 안간다는 거 빼고는 일상과 다를게 없다. 손살 같이 주말이 지나가면 또 월요일이라는 꼴 보기 싫은 놈이 돌아온다.. 그 때 눈을 뜨면
‘아....학교 가야되는데...’
이게 전부다. 학교에 도착하면 평범하게 수업을 듣고, 수업 시간에 잠시 창문 밖을 내다보면서 딴청을 부리곤 한다. 이때 눈이라도 한번 감았다 뜨는 순간에는 나는 어느 순간인가 자고 있다. 하지만 신기한건 항상 점심시간 전에는 저절로 눈이 떠진다. 왤까...
‘야 일어나 밥 먹으러 가자’
친구들이 날 깨울 때 부르는 소리다. 물론 이 소리를 듣기 전에 정신은 깨어있다. 하지만 눈이 떠지질 않는다. 친구들이 나를 부를 때서야 일어나는 척하면서 눈을 부비적거리고 급식실로 향한다. 급식실에 들어가면 흔히 구분 할 수 있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바로 일진, 꼬붕, 그냥 학생 이렇게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약 7개월 전에는 꼬붕 노릇을 피할 수 없었다. 몸집도 없고, 가진거라고는 평범한 몸뚱이에 조금 돌아가는 머리가 다였던 나는 겉 멋든 말투, 키 큰 일진들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물론 6개월 후에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직도 길가다가 마주치기는 하지만 건들지는 않는다.
(학교 끝)
지겹던 학교가 끝나고 이제는 학원으로 향해야 할 때가 됐다.
‘아.. 그냥 가지 말까...’
하지만 그랬다가는 엄한 아빠도 흔드는 우리 엄마에게 엄청나게 휘둘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밤 9시가 되면 모든 일과가 끝난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는 일찍 끝나는 것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몸이 너무 힘들다.
아 맞다. 아직 말 안한 것이 있다면 우리 동네는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다. 지난 수년간 매년 이 마을에서만 10건이 넘는 살인사건이 일어났었고, 5건의 성관련 사건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런 동네에 무서워서 어떻게 사냐고 묻기는 하지만 일단... 사건의 피해자가 내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고, 말하자면 밤 길만 조심하면 아직은 살만한 동네이다.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길가다가 사건을 목격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럴 때마다 경찰을 불러주기는 하지만 정말이지... 우리나라 경찰들은 너무 느리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을 보유한 국가라는데 경찰들은 왜 그렇게 느린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