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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천로역정 시리즈) 천로역정: 모험을 하기 전

MasterJo 2017. 3. 16. 18:14

과연 당신은 자기가 엄청나게 무거운 짐을 지고서 천리 길을 걸어 가야된다고 한다면 그것을 하겠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그러기를 거부할 것이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것이 운명이라고 할지라도 사람들은 그것을 거부할 것이다.

 

세상의 광야를 헤매다가 동굴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거기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 그러고는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을 꾸었다. 지저분한 옷을 입은 남자가 자기 집을 떠난 채 서있었다. 그의 손에는 한 권의 책이 들려있었고, 등에는 무거운 짐이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저 책은 무엇이고, 저 짐은 또 무엇인가?”라고 말이다.

 

그 남자가 잠시 후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있는 그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눈물을 쏟으며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나중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이 말은 마치 외마디 비명과 같았다. 남자는 참담한 기분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고민하는 걸 아내와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얼마 못 가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괴로움이 커졌다. 결국 무엇 때문에 그토록 힘겨워하는지 식구들에게 털어놓았다. 남자는 말했다. “여보! 그리고 얘들아! 날 괴롭히는 이 짐 보따리가 점점 더 커지고 무거워지는 바람에 정말 견딜 수 없어! 소문엔 하늘나라에서 불덩이가 쏟아져서 우리가 사는 이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거라는데 그렇게 되면 우린 너나없이 죽은 목숨이 될 거야 도망갈 길을 찾지 못하면 우린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어식구들은 이 말을 듣고는 놀랐다. 남자가 하는 말을 사실로 믿어서가 아니라, 남편, 또는 아버지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밤이나 낮이나 괴롭기는 매한가지였다. 잠을 이루기는커녕 한숨과 눈물로 온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그렇게 날이 밝자 식구들이 찾아와서 좀 어떠냐고 물었다. “갈수록 심해진다고!” 남자가 대답했다. 두렵고 염려스러운 점들을 다 시 한 번 이야기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저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무례한 말로 을러대면서 생각을 바꿔보려 했다. 더러 비웃거나, 꾸짖거나, 그냥 무시할 때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남자는 방에 들어박혀서 식구들을 불쌍히 여기며 간구하기 시작했다. 참담한 마음을 달래줄 무언가를 두루 찾았다. 혼자 벌판을 헤매는 일이 잦아졌다. 책을 읽고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그렇게 보냈는지 모른다.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왜냐면 그 고통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것을 별 것 아닌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생길까 두려워서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혼자보단 두 명이 낮지만 두 명이었다가 혼자가 되는 쓸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라고 말이다. 위 책에서 나오는 남자 역시도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평소에는 동료 같았던 이들이 이제는 곁에 없는 듯 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사람은 사회에 민감한 동물이다. 언제나 무리지어서 다니며 언제나 남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간다. 이제는 남들에게 비춰지는 나의 모습을 중요하게 여긴다. 무리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언제나 외로워한다. 이야기 할 사람이 없고, 같이 웃을 사람이 없다는 것은 매우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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