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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천로역정:잘못된 길

MasterJo 2017. 3. 27. 18:25

유혹은 시간과 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지금 당장 놀고 싶은 욕구를 갑자기 일으키기도 하고 누워서 자고 싶게도 만들고 때로는 게임이나 유흥 등의 쾌락을 즐기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 끝에는 무서운 것이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은 세속현자의 말에 속아서 곁길로 세어서 전도자가 알려준 방향과는 전혀 다른 것을 쫒아갔다. 세속현자가 알려준 언던 근처에 다다른 크리스천은 깜짝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고 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둔덕을 끼고 돌아가는 길 한쪽은 깍아지른 벼랑이어서 혹시라도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까 겁이 더럭났다.

 

그 곳이 얼마나 무섭던지 크리스천은 가던 길을 멈추고 얼어붙은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전도자가 따라가라고 했던 길에서 빗겨나 샛길로 들어선 뒤부터 등짐이 한결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언덕 위로는 번갯불마저 쉴 새 없이 번쩍거려서 아무 때라도 벼락을 맞을 것만 같았다. 등 뒤로는 오로지 식은땀만 났다. 공포감에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세속현자의 조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게 한없이 유감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가슴을 치며 한참을 후회하고 있는데 저만치서 마주 오는 전도자가 보였다. 상대방을 알아보는 순간, 크리스천은 너무도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갛게 달았다. 전도자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더니 딱딱하고 엄한 얼굴로 바라보며 나무라기 시작했다. “크리스천 씨,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질문을 받았지만 어떻게 대답할지를 몰랐기에 그저 입을 꽉 다물고 서 있기만 했다. “댁은 멸망의 도시 담벼락 바깥에서 울부짖던 그 양반이 아니던가요?” 전도자는 매섭게 캐물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크리스천은 부끄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대꾸했다. “그때 거기서 좁은 무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주었던 걸로 아는데요.” “그랬지요”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금세 곁길로 새어나갈 수 있습니까? 짚어준 길을 따라가지 않으니 이런 꼴을 당하는 게 아닙니까!” 크리스천은 어물어물 변명을 늘어놓았다. “3담을 건넌 지 얼마 안돼서 점잖은 신사 분을 만났는데, 그 어르신이 저 너머 마을에 사는 어떤 선생을 만나면 짐을 벗어버릴 수 있을 거라고 간곡히 말씀하시기에 그 말에 따랐더니 이리 되었습니다.” 전도자가 물었다. “신사 분이라니, 그게 누구죠?” “아주 점잖은 어른 같았어요 여러 말로 타이르는 바람에 차마 물리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여기까지 왔는데, 언덕과 길 위로 치솟은 절벽을 보니 꼭 머리 위로 무너져내릴 것만 같아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딱 멈춰 서 있던 참입니다.” “신사 양반이 무어라고 하던가요?” 크리스천은 자신과 세속현자가 나눈 모든 이야기를 전도자에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전도자는 다시 한 번 크리스천에게 곁길로 세지 말 것을 당부하고 다시 좁은 문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는 사라졌다.

 

그리스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길은 자신조차 모른다. 오로지 신만이 그것을 안다.” 자신의 길은 자신도 모른다. 우리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서 어떤 길로 들어서게 될 지는 아직 그 누구도 명확하게 답을 내놓을 수 없다.

 

우리들은 모두 꿈을 꾸고 있다. 자신의 목표에는 언제나 끝이 없다. 하나를 돌파했다면 다시 돌파할 다른 한 가지를 찾아야만 한다. 우리들은 끝없이 성장한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힘들다. 이 세상에는 많은 유혹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